중입자치료지원세터코리아

◆ 제주 중입자치료기 ◆
 

2010년 가을, 강태현 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 대표는 지인이 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40년 전 일본에서 유학한 후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던 그에게 "한국에선 치료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일본 중입자 치료가 마지막 희망이니 알아봐 달라"는 지인의 절박한 부탁이 그가 중입자 암 치료를 공부하게 된 계기였다,

당시 일본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현 QST병원)는 문부과학성 지원을 받는 국립기관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치료 후 중입자 치료에 대해 알고 있는 자국 내 의료기관이 없어 사실상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쓰보 오사무 일본 선진의료포럼 이사장과 2012년 롯데호텔에서 중입자 암치료 업무협약(MOU)을 맺고 이듬해인 2013년 쓰지이 히로히코 전 QST병원장과 NIRS 외래기관인 입자선 클리닉과의 업무협약을 이뤄내며 한국인도 중입자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배경에는 그가 일본에서 쌓은 신뢰가 바탕이 됐다. 직접 쓴 '일본 전후 경제사' '일본 자민당 파벌 투쟁사' 등 저서에 당시 총리가 추천사를 적어줄 만큼 일본 유력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기에 가능했다. 칼을 대지 않고도 수술에 버금가는 치료 효과를 거둔다는 소식에 수많은 암 환자가 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를 찾았다. 단 1회 치료로 완치 판정을 받은 60대 폐암 환자는 "수술 자국도, 치료 부작용도 없어서 언제 암에 걸렸나 싶다"고 신기해했다. 국내 병원에서 수술이 어렵다고 판단한 췌장암을 중입자 치료로 극복한 모녀는 그를 만나 감사하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목마름은 커져만 갔다. 끝내 중입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지인과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강 대표는 "중입자 치료로 수많은 환자가 수술 없이 암을 이겨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항상 마음 한쪽에는 우리나라에도 중입자 치료센터가 있다면 소중한 사람을 더 많이 살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며 "언젠가 나와 내 가족이 걸릴지도 모르는 암 치료를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에 중입자 치료 설비를 도입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떠올렸다. 그때부터 강 대표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한국에도 일본에 버금가는 중입자 치료센터를 설치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2013년부터 한일 국제세미나를 열어 국내 환자와 의료진에게 최신 중입자 치료 정보와 우수성을 알리는 한편 쓰지이 히로히코 전 원장, 가마타 다다시 센터장, 노다 고지 연구소장 등 QST병원 전문가들을 세미나에 강연자로 초청해 네트워크를 쌓으며 중입자 치료센터 도입을 착실히 준비해왔다.

10년에 걸친 그의 뚝심과 의지는 이제 결실을 보고 있다. 올해 3월 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와 외국계 사모펀드인 CCGI아시아가 3억5000만달러의 법적 구속력을 가진 투자계약 의향서를 체결한 데 이어 4월 일본 도시바와 설비·제작 의향서를 맺으면서 제주도 중입자 치료센터의 청사진을 완성한 것이다. 강 대표는 "우리나라 제주도가 암 치료 메카로 성장하게 될 생각에 벌써 가슴이 뛴다"며 "중입자 치료센터 설립, 운영 등 전반에 최상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만큼 센터가 본격 운영되는 2026년이 '암 정복 원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매경헬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