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작게, 더 저렴하게…차세대 치료기 개발 중
요쓰야나기 타다스 도시바 에너지시스템스 대표
◆ 제주 중입자치료기 ◆세브란스병원(서울 신촌), 서울대병원(부산 기장)에 이어 제주도에 국내 세 번째로 중입자치료기가 2026년 도입된다. 3기 모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중입자 설비 구축 경험을 가진 일본 도시바 기술로 설계·제작·설치된다. 요쓰야나기 타다스 도시바 에너지시스템스 대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중입자치료기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물어봤다.―도시바의 중입자 치료 장치 특징은.
▷회전갠트리, 3차원 고속 스캐닝 조사(照射), 호흡 동기 시스템이라는 선진 기술들을 갖고 있다. 초전도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소형의 회전갠트리를 구현해 중입자선 암 치료 때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임의 방향에서 암 병소(病所)를 조준할 수 있게 됐다. 회전갠트리 장점은 △정상 조직을 피해 임의 방향에서 조사 가능 △치료대를 기울이지 않고 조사가 가능해 환자 부담을 경감 △환자 체위를 재현하기 쉬워 계획대로 치료 가능 △위치를 정하는 시간 단축 등이다.
도시바가 개발한 3차원 스캐닝 조사는 중입자선을 얇은 펜슬 모양의 빔(pencil―shaped beam)으로 조사해 암 병소에 빠르게 빔으로 색칠하듯이 조사하는 방법이다. 이는 복잡한 모양의 암 병소에 대해 대응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조사된 빔을 낭비 없이 병소에 맞힘으로써 고정도 및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일본에서 시행되는 중입자선치료의 대부분은 폐, 간, 췌장 등 호흡과 동시에 움직이는 장기들에 대한 적용 증례다. 도시바는 비스듬한 엑스선 촬상 장치에 의해 취득된 리얼타임(실시간) 투시영상을 이용해 호흡 동기 기술과 리스캔으로 불리는 조사 기술을 조합해 빠르고 정확하게 선량 균일성이 높은 조사를 움직이는 장기에 대해서도 실현했다. 앞으로도 질 높은 암 치료의 선택지 중 하나로, 중입자선 암 치료 장치와 같은 첨단 의료를 계속 제공하는 데 공헌하고 싶다.
―중입자선 치료는 고정식인 '싱크로트론 방식'과 회전식인 '갠트리 방식'으로 나뉜다. 고정 싱크로트론과 갠트리 방식의 장단점은.
▷싱크로트론으로부터 조사된 빔은 고정 조사실(한 방향)에서 치료하는 케이스와 회전갠트리 조사실을 경유해 치료하는 케이스 등 두 종류가 있다. 고정 조사실은 갠트리 조사실과 비교해 장치 구성, 기기점수가 적으며 설치 면적도 작아 공사 기간이 짧아진다. 한 방향으로만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치료 가능한 증례는 제한돼 있다. 갠트리 조사실은 모든 방향에서 조사가 가능하며 환자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안정적인 자세로 조사할 수 있어 조사 정도도 굉장히 높다. 다만 빔을 꺾을 필요가 있어 초전도 자기장을 탑재한 회전갠트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정 조사실과 비교해 어느 정도 큰 공간이 필요하다. 또한 고정·갠트리 조사실 모두 빔의 품질은 같고 치료 효과 역시 다르지 않다.
―한국 병원은 중입자선 설비를 설치할 땅이 좁아 주로 수직형으로 구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입자선 치료를 할 때 입사, 가속, 인출을 고려하면 축구장처럼 수평으로 넓게 중입자선 치료기를 설치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수평적 설비와 수직형 설비는 치료 효과에 차이가 없나.
▷세브란스병원은 가속기실, 빔 유송 설비, 치료실(고정·갠트리 조사실)은 동일 층에 설치돼 있다. 이러한 기기류와 장치를 운전하기 위한 전원 설비나 냉각수 등의 유틸리티 설비가 필요하며 그러한 설비가 다른 높은 층에 설치돼 있기 때문에 중층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치료에 있어 환자 대기실이나 진찰실 및 사전 진료용 CT 등의 설치 공간도 필요해 이러한 설비를 어느 층에 설치하느냐에 따라 설치 면적이 결정된다. 일본에서 가속기실과 치료실을 다른 층에 설치해 설치면적을 최소화한 사례도 있지만, 같은 층이나 다른 층에 설치한 경우에도 치료 효과는 똑같다.
―중입자가속기 크기가 축구장에서 농구나 배구 코트장 규모로 갈수록 줄고 있다. 현재 중입자가속기 크기를 줄이는 2세대 중입자치료법이 활발하게 연구 중인데.
▷일본에서 QST병원을 중심으로 제4세대(현재 장치는 제3세대)라고 불리는 초전도 싱크로트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싱크로트론에 초전도 기술을 적용해 크기를 작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도 QST병원과 공동 연구로 개발해 요소 시험까지 완료했다. 앞으로 장치 건설이 진행될 예정이다.
―중입자치료기의 임상 경험이 보다 많이 쌓이고 연구가 계속되면 엑스선 치료보다 중입자 치료가 주된 방사선 치료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학적인 측면에서 어떤가.
▷중입자 암 치료는 효과가 좋다. 하지만 장치 크기가 크고 도입 비용이 높아 보급이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다. 크기가 축소되고 저가로 공급 가능하다면 제조·공급 회사로서 사명이라고 받아들이겠다. 암 치료에 있어서 중입자선을 포함해 어떤 방사선 치료가 최적인지는 증례와 효과에 따르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으며 제조사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