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환 제주대 총장, 송병철 제주대병원장, 이기운 CCG인베스트먼트 아시아 대표, 무라타 다이스케 도시바 중입자
신기술사업총괄대표, 쓰지이 히로히코 전 QST 병원장, 강태현 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 대표 등 6개 기관 대표는
29일 오전 원격 영상을 통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오는 2025년까지 암치료 환자와 보호자가 장기간 머물며
쉴 수 있도록 '치료+힐링' 개념의 '한국 중입자선 암치료 메디컬 리조트'를 완공하고 2026년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 대표는 임상 가동을 한 뒤 장기적으로 한 해에 국내외 암환자 2000명을 치료한다는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약 5000억원이고 장소는 후보지 2~3곳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으며 곧 최종 입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동안 10년 넘게 국내에 중입자 설비 도입을 추진해왔던 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가 올해 3월 21일
CCG인베스트먼트 아시아와 3억5000만달러의 법적 구속력을 가진 투자계약 의향서를 체결한 데 이어 지난 4월 22일
중입자 설비기기 제조사인 도시바와 설비·제작 의향서를 체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중입자 치료는 빛의 속도의 70~80%로 탄소입자를 가속시켜 체내 25㎝ 깊이에 에너지 감소 없이 침투시켜 암세포를
정확하게 타격한다. 주로 폐암, 간암, 췌장암, 두경부암, 골육종암, 전립샘암 등 고형암(암세포가 덩어리로 자라난 암)에
치료 효과가 좋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암세포를 파괴하는 날카로운 명사수'라고 표현했다. 폐암이나 간암의 경우
절제 수술 없이 중입자선 1~2회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원격전이된 암은 그 효과가 제한되고 계속
움직이는 소화기계통 암, 끊임없이 움직이는 혈액암 등은 치료가 어렵다.
중입자 치료기는 현재 일본 7대, 독일·중국 각각 2대,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각각 1대 등 13대가 설치돼 있으며
중입자 치료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일본은 2021년 말 기준 약 1만4000명이 이용했다.
일본은 약 5조원을 투자해 40년 만에 1993년 당시 NIRS가 세계 최초로 의료용 중입자선 조사장치(HIMAC)를 개발했고
약 10년간의 임상시험을 거쳐 정부가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해 2003년부터 암환자 치료에 중입자선 치료기를 본격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세의료원이 지난해 연면적 약 3만5000㎡(약 1만평) 규모 중입자치료센터를 완공하고 현재 2023년 3월 치료 개시를
목표로 시험 가동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2020년 부산 기장군 중입자치료센터 사업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설립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6년 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송 원장은 "제주도에 중입자선 치료기가 설치되면 제주도는 암치료의 새로운 메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에 중입자 치료가 가능한 암환자는 5000~6000명 선이 될 것으로 의료계는 전망한다. 한 해 신규 암환자가 약 20만명일 경우,
그중 전이가 안 된 주요 고형암 환자 5만4000명(27%) 가운데 약 10%, 즉 5400명이 중입자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