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치 판정을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췌장암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생존율이 매우 낮은
암종임을 생각하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길이가 15cm에 불과한 기관 췌장은 명치와 배꼽 사이 복부 가장 깊은 곳에 있으며, 십이지장에
췌액을 보내 영양소의 소화 흡수에 관여하고, 혈당 조절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이 췌장에 암이 생기면 췌장암이다. 췌장암의 원인은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췌장염은
췌장암 위험을 정상인의 8배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췌장염의 주 요인인 음주를 절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췌장암은 주요 암종 중 5년 생존율이 가장 낮은데, 복부초음파로도 이상 여부를 정밀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깊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어 암 종양의 발견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이유로
CT검사를 하다가 췌장암이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통증, 황달, 당뇨 발생 등 췌장암의 주요
증세가 뚜렷하게 나타났을 경우 이미 전신 전이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췌장암 특유의 극심한
통증은 환자의 체력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췌장암은 이미 전신 전이가 일어난 말기가 되고 나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젬시타빈으로 대표되는 항암요법으로 연명치료를 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다행히 암이 아직 췌장암 내부에만 머물러 있는 초기라면 췌장암 일부나, 전체 혹은 주변
조직을 수술로 절제할 수 있다. 그러나 전이가 없어도 종양이 근처 간문맥 등 혈관에
침윤되어 있어 수술이 부적합한 ‘국소진행 췌장암’은 항암요법과 방사선치료의 조합으로
생존 기간을 늘리고 있다.
이 때 토모테라피, 양성자 치료처럼 주변 정상 소화기관의 피폭을 줄이고 병변부위를 정밀
타격하는 방사선 치료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꿈의 암치료’라 불리는 ‘중입자 치료’ 역시
이 대열에 참여해 성과를 낳고 있다. 중입자 치료는 췌장암 종양 내 분포하여 X선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저산소 세포와 DNA 합성기 세포에 대해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 세계적 수준의
중입자 치료 사례를 보유한 일본 QST병원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30%에 불과했던 췌장암
환자의 2년 생존율을 중입자선과 젬시타빈 조합으로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낳았다.
중입자 치료는 치료기기가 아직 국내에 없으며, 2022년부터 연세중입자암치료센터에서 국내
최초 중입자 치료를 실시, 췌장암을 비롯한 각종 암환자가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될
예정이다. 현재는 중입자 치료를 받으려면 에이전시를 통해 일본이나 독일의 해외 중입자
치료 병원에 방문할 수 있다. 일본 QST병원의 경우 2012년부터 국내 에이전시 중입자치료지원
센터코리아와 협약을 맺고 국내 암환자의 중입자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